편리한 조리가 만든 '침묵의 오염'…그 음식, 정말 괜찮을까요?

“설거지가 귀찮아서 종이호일 좀 깔았을 뿐인데…”
요즘 가정에서 에어프라이어는 필수 조리기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름 없이 바삭하게,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에 냉동식품은 물론 생고기, 생선, 심지어 계란찜까지 가능한 만능 조리도구가 됐죠. 하지만 조리 후 붙은 음식 찌꺼기와 기름 자국 때문에 대부분 종이호일을 바닥에 깔거나 재료를 감싸 요리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속에 스며들고 있다면, 아무리 건강한 식재료라도 무의미해지는 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에어프라이어에서 종이호일을 사용할 때의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과 그 과학적 근거, 그리고 안전한 대안을 전문가 관점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1. 종이호일 속 ‘실리콘 코팅’이 문제입니다
에어프라이어에 사용하는 종이호일, 그 정체는 단순한 종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조리용 종이호일은 폴리실록세인(Polysiloxane), 즉 실리콘 계열의 코팅 물질이 양면에 입혀진 제품입니다. 실리콘은 내열성이 뛰어나고, 산이나 염분에도 강해 포장용으로 널리 사용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습니다. ‘열을 가하지 않는 조건’에서만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에어프라이어 조리 시 내부 온도가 최소 180도에서 많게는 200도 이상까지 올라가며, 이때 실리콘 코팅의 구조가 느슨해지고 분해가 일어나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식재료에 스며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화학연구소의 위르겐 H. 그로스 교수팀은 실리콘 코팅된 종이호일을 이용해 베이킹한 후 식품 표면을 분석한 결과, 실록세인 중합체(Siloxane polymers)이 음식에 전이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들 중합체는 구조상 미세플라스틱에 해당하며, 고온에 노출될 경우 더 쉽게 식품에 녹아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에어프라이어로 요리를 하면서 깔았던 종이호일에서 나오는 '투명한 오염물질'이 음식 속에 섞여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고기나 생선을 준비해도 조리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삼키고 있다면, 그 음식이 과연 '건강식'이라 할 수 있을까요?
2.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왜 위험한가요?
많은 사람들이 “미세플라스틱은 아직 인체에 해롭다고 확정된 게 없잖아”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아직까지도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이며, 명확한 상관관계가 100% 규명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해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즉, “무해하다고 입증된 것이 아니다”은 사실이 더 무서운 경고일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염증 반응 유도, 산화 스트레스 증가, 면역체계 혼란, 호르몬 교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100나노미터(n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에 유입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염증 반응을 유발하거나 세포 손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유권열 교수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엑소사이토시스(exocytosis)라는 과정을 통해 일부 배출되기도 하지만, 체내에 장기적으로 잔류할 경우 뇌세포나 신경세포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체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되면, 중금속과 결합해 독성을 증가시킬 가능성도 큽니다. 해양 환경에서는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납, 카드뮴, 수은 등의 중금속을 흡착한 채 어류의 몸에 쌓이고 있으며, 이 어류를 인간이 섭취하는 '순환 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결국 에어프라이어 하나, 종이호일 한 장에서 시작된 작은 습관이 우리 몸과 환경 전체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셈입니다.
3. 종이호일 사용, 화재 위험도 무시 못합니다
‘건강’만 문제가 아닙니다. 안전 문제도 심각합니다. 종이호일의 재질은 말 그대로 종이입니다. 표면에 실리콘 코팅이 되어 있다고 해도, 기본 바탕이 종이이기 때문에 고온의 에어프라이어 내부에서는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예열된 상태에서 종이호일이 공중에 뜨거나, 열선에 직접 닿을 경우 불꽃이 튀거나 스파크가 발생할 위험도 높습니다. 실제로 가정에서 발생한 에어프라이어 화재 사고 중 일부는 종이호일 사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종이호일의 실리콘 코팅은 반응성이 낮고 안전한 편이지만,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종이호일은 포장용으로는 괜찮지만, 열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종이호일을 냉장·냉동 포장이나 상온 보관에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에어프라이어, 오븐, 프라이팬 등 고온 조리에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4.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을 쓰면 안전할까?
설거지를 줄이고 싶은 욕구, 누구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과 건강을 포기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대체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에어프라이어 전용 실리콘 매트
고온에서도 안전한 실리콘 소재로 제작된 매트는 열에 강하며, 세척이 간편하고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입니다. 가격은 1매 기준 약 5,000원~12,000원(2025년 3월 기준).
(2) 스테인리스 그릴망
조리물의 기름 배출이 잘되고, 세척도 쉬운 편. 종이보다 훨씬 위생적이며 건강에도 좋습니다.
(3) 전용 에어프라이어 코팅팬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전용 팬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온에 맞춰 설계되어 있으며, 제품에 따라 별도 코팅이 적용된 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리함’보다 ‘안전함’에 우선순위를 두는 습관입니다. 일상의 작은 습관 하나가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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