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수록 찾게 되는 커피… 혹시 빈혈이라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동으로 손이 가는 커피 한 잔. 졸음이 쏟아질 때, 일할 때 집중이 필요할 때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습니다. 커피는 바쁜 현대인들의 에너지 부스터로 자리 잡은 지 오래죠. 하지만 요즘 부쩍 피곤하고 어지럽고, 손톱이 창백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빈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빈혈을 부추기는 원인이 바로 매일 마시는 커피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카페인이 들어 있어 잠을 깨워주고 집중력을 높인다고 알고 있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도 있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특히 철 결핍성 빈혈을 겪고 있다면, 커피 섭취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아무리 철분 보충제를 먹어도 흡수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커피를 당장 끊어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언제, 얼마큼, 무엇과 함께 마시느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빈혈과 커피의 관계, 철분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올바른 철분 보충법까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피곤한 당신의 진짜 피로 원인이 커피라면, 이제는 조금 달라진 습관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1. 커피와 철분 흡수의 상관관계,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전남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일수록 혈중 페리틴(Ferritin) 수치가 낮다는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 페리틴은 체내에서 철분을 저장하는 단백질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철분 저장량이 부족하다는 뜻이죠. 철분이 부족해지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아 어지럼증, 피로, 두통 등 빈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녀 2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하루 커피 섭취 횟수와 혈중 페리틴 농도를 분석했을 때, 하루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페리틴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커피 속 카페인 외에도 클로로겐산, 탄닌 등의 폴리페놀 성분이 철분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식사 직후 커피를 마시는 경우 음식물에 포함된 철분이 체내로 흡수되는 과정을 방해하게 되는데요. 일반적으로 음식에 포함된 철분 중 소장에서 흡수되는 비율은 1015%에 불과한데, 여기에 커피나 차를 곁들이면 철분 흡수율이 3060%가량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특히 비헴철(식물성 철분)의 경우 동물성 철분보다 흡수율이 낮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커피로 인한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빈혈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커피 자체보다는 식사와의 시간 간격, 섭취 빈도, 그리고 철분 보충 방법과의 조합을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철분, 어떻게 먹어야 잘 흡수될까?
빈혈이 있을 때 철분제를 복용하거나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첫 번째 대처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철분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철분 섭취 시에는 흡수를 돕는 영양소와 방해하는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철분 흡수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영양소는 바로 비타민 C입니다. 비타민 C는 특히 식물성 철분(비헴철)을 체내 흡수 가능한 형태로 전환시켜 흡수율을 높여줍니다. 예를 들어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를 먹을 때는 귤, 오렌지, 키위 같은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식사 중 100mg의 비타민 C를 함께 섭취하면 철분 흡수율이 최대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반면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우유, 치즈, 요거트 같은 유제품, 칼슘 보충제, 제산제(위장약), 그리고 항생제 역시 철분 흡수를 억제할 수 있으니 철분 섭취 전후 최소 1~2시간은 간격을 두는 것이 권장됩니다.
가장 주의할 것은 커피나 홍차를 식사 직후 마시는 습관입니다. 특히 식후 1시간 이내에 커피를 마시면 철분 흡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철분 섭취 전후 12시간은 커피를 피하고, 하루 커피 섭취량은 12잔 이하로 줄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2025년 3월 기준 철분 보충제를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 보면, ‘솔가 철분제(25mg)’는 약 1개월분 1만 5천 원대, ‘닥터에이 철분+비타민C 복합제’는 약 2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는 제품이 많아, 복합제로 구매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입니다.
3. 빈혈 있는 사람, 커피를 꼭 끊어야 할까요?
“커피가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면 빈혈 있는 사람은 커피를 아예 마시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타이밍’과 ‘양’의 조절이 중요합니다.
커피를 완전히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적당량의 커피는 오히려 항산화 작용, 기분 전환, 피로 회복 등에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철분 흡수를 방해하지 않도록 식사와는 별도의 시간대에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철분이 많이 흡수되는 식후 2시간 전후를 피해 커피를 마시면 문제 되지 않습니다.
또한 철분제를 복용하는 경우라면 공복에 복용한 뒤 최소 1시간은 커피나 유제품을 피하고, 비타민 C가 포함된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식후 1시간 정도 휴식 후 커피를 즐기거나, 오전과 오후로 분산해 하루 1~2잔으로 제한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 출시되는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줄어 철분 흡수 방해 작용도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탄닌과 같은 다른 성분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네이버 쇼핑 기준, 원두형 디카페인 커피(200g)는 약 8,000원1만 2천 원대, 캡슐형 제품은 1개당 약 400~500원 선으로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4. 커피와 철분, 현명하게 조절하면 둘 다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는 우리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기호식품이자 활력소입니다. 하지만 빈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커피 한 잔이 철분 흡수를 방해하고 피로감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빈혈 증상을 겪고 있다면 무심코 마시는 커피를 잠시 멈추고, 식사와의 간격, 섭취 시간, 양 조절을 실천해 보세요.
무엇보다도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빈혈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마시는 것을 피하자는 것입니다. 커피를 완전히 끊지 않고도 빈혈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철분을 흡수하기 좋은 식사 조합과 타이밍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며, 커피는 그 외의 시간에 적당히 즐기는 습관으로 바꾸면 됩니다.
피로가 누적되는 요즘 같은 계절, 빈혈로 인한 피로와 커피로 인한 철분 방해의 악순환을 끊고 싶다면, 오늘부터는 ‘철분과 커피, 따로따로’의 원칙을 기억해 보세요. 커피도 철분도, 건강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순서’와 ‘거리’만 잘 지킨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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